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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최고 투수를 판별하는 핵심 지표들 (WAR, FIP, K/9)

by 퍼니한수달 2025. 7. 29.

투수 투구폼 관련 이미지

 

현대 야구는 단순한 감이나 전통적인 통계만으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특히 투수의 경우, 승수나 방어율(ERA) 같은 지표만으로는 그 진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가 발달하면서 투수의 실질적인 가치를 수치화하고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정량적 지표들이 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WAR(Wins Above Replacement),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K/9(9이닝당 탈삼진율) 등은 실전에서 투수력을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들 주요 지표들이 왜 중요한지, 각각 무엇을 나타내며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함께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WAR: 야구 투수의 총체적 영향력을 수치로 환산한 지표

WAR(Wins Above Replacement)는 선수가 리그 평균 수준의 대체 선수보다 얼마나 많은 승리를 만들어냈는지를 계량화한 지표입니다. 이 개념은 단지 ‘잘한다’는 주관적 평가를 넘어, ‘몇 승 만큼의 가치를 지니는가’라는 정량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WAR는 투수뿐 아니라 타자, 수비수 등 모든 포지션에서 사용되며, 투수의 경우 이닝 소화 능력, 피안타율, 피홈런율, 탈삼진률, 볼넷률 등을 기반으로 계산됩니다. 투수 WAR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Fangraphs의 fWAR로, FIP를 기준으로 계산하며 투수 개인 능력에 초점을 둡니다. 다른 하나는 Baseball-Reference의 rWAR로, ERA를 기준으로 계산되며 실제 실점과 경기 결과를 더 많이 반영합니다. 두 지표 모두 장단점이 있어 비교적 폭넓은 해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2023 시즌 게릿 콜(Gerrit Cole)은 209이닝을 소화하며 ERA 2.63, FIP 3.00, 탈삼진 222개라는 기록을 남겼고, fWAR 기준으로 7.4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 시즌 동안 7.4승 만큼 팀에 추가적인 승리를 안겨줬다는 의미입니다. 평균적으로 2~3 WAR이면 주전급, 4 이상은 올스타급, 6~8 이상이면 사이영 수상 후보로 평가됩니다. WAR는 팀 성적뿐 아니라 연봉 협상, 선수 영입 전략, 유망주 분석 등에서 핵심적인 판단 지표로 활용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WAR가 복합 지표이기 때문에 구성 요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시즌 WAR 수치가 높다 하더라도, 이닝 수가 적거나 피홈런률이 유난히 낮은 시즌이라면 운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분석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WAR는 단일 지표가 아닌, 다른 세부 지표들과 함께 사용될 때 진정한 분석력을 발휘합니다.

FIP: 수비 영향 배제, 투수 능력 순수 평가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은 말 그대로 수비의 영향을 제거하고 투수의 순수한 피칭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기존 ERA(방어율)는 팀 수비력, 실책, 운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투수의 순수한 기량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FIP는 투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네 가지 요소인 삼진(K), 볼넷(BB), 몸에 맞는 볼(HBP), 홈런(HR)만을 기반으로 계산됩니다. FIP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FIP = ((13 × HR) + (3 × (BB + HBP)) − (2 × K)) / IP + 정규화 상수 이 공식에서 볼 수 있듯, FIP는 타구 처리 과정에서 수비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결과만 반영합니다. FIP 수치는 일반적으로 ERA와 유사하게 해석되며, 낮을수록 좋은 투수를 의미합니다. 평균 수준의 FIP는 대략 4.00 전후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두 투수가 각각 ERA 3.10과 3.80을 기록했더라도, FIP가 각각 4.20과 3.00이라면 후자가 더 좋은 투수일 수 있습니다. 전자는 운이나 수비 도움으로 성적이 좋게 나온 경우고, 후자는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실제 피칭 능력은 뛰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FIP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 예측력입니다. 실제로 많은 프런트 오피스에서는 선수를 평가할 때 FIP를 활용하여 미래 퍼포먼스를 예측합니다. ERA가 낮아도 FIP가 높다면 다음 시즌 성적 하락이 예상될 수 있고, 반대로 ERA는 높지만 FIP가 낮다면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관점은 FA 시장에서 선수의 가치 평가와 계약 규모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FIP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지표로는 xFIP(예상 수비무관 방어율)가 있습니다. xFIP는 홈런 수치를 리그 평균 HR/FB 비율로 조정하여 운 요소를 더 제거하려는 시도로, 더욱 정교한 예측 도구로 활용됩니다. 이는 특히 홈런 허용률이 극단적인 투수에게 유용하며, 실질적 능력과 결과의 괴리를 보완해줍니다.

K/9, BB/9: 삼진과 볼넷이 말해주는 투수 스타일과 잠재력

K/9(Strikeouts per Nine Innings)은 9이닝 기준 탈삼진 횟수를 나타내며, BB/9(Walks per Nine Innings)은 같은 기준으로 볼넷 허용 수치를 보여줍니다. 이 두 지표는 투수의 공격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매우 기초적이면서도 강력한 도구입니다. K/9이 높은 투수는 타자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특히 위기 상황에서 삼진으로 아웃을 잡아내며 큰 실점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2023년 스펜서 스트라이더(Spencer Strider)는 K/9 13.5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반면, BB/9 수치는 제구력과 투수의 안정성을 나타냅니다. 볼넷이 많으면 불필요한 주자 출루가 발생하고, 투구 수가 증가하여 이닝 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BB/9이 2.0 이하인 투수는 ‘엘리트 제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3.5 이상이면 제구 개선이 요구됩니다. 이 두 지표는 K/BB 비율로 통합 분석되기도 합니다. K/BB는 탈삼진 수치를 볼넷 수치로 나눈 값으로, 3.0 이상이면 우수, 4.0 이상이면 최상급 투수로 평가됩니다. 이 비율은 단순히 공격성과 제구력을 함께 반영하기 때문에 종합적 파악에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 투수가 K/9은 11.0이고 BB/9이 2.5라면 K/BB는 4.4로 매우 우수한 수치입니다. 이는 뛰어난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임을 보여줍니다. K/9과 BB/9은 유망주 평가나 리빌딩 팀의 영입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이 두 수치가 안정적으로 높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적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ERA만 낮고 K/9과 BB/9이 평균 이하인 선수는 운이나 수비 덕분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투수력 평가에 있어 WAR, FIP, K/9, BB/9은 각기 다른 관점을 제공합니다. WAR는 총체적인 경기 기여도를 계량화하고, FIP는 외부 요소를 배제한 순수한 피칭 능력을 반영합니다. K/9과 BB/9은 구위와 제구력이라는 투수의 핵심 기량을 수치로 나타냅니다. 이들 지표를 단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조합하여 해석할 때 가장 정확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한 투수가 WAR가 6.2, FIP는 3.10, K/9은 10.5, BB/9은 1.8이라면, 이 투수는 리그 최상위권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팀에 많은 승리를 안기고, 순수 피칭 능력도 우수하며, 삼진 유도 능력과 제구력까지 겸비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현대 야구에서는 선수 영입, 연봉 산정, 경기 운영 전략, 드래프트 분석 등 거의 모든 구단 운영 영역에서 이러한 고급 지표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방어율이 낮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팬들도 점차 이런 지표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세분화된 Statcast 기반 데이터(BBEs, Exit Velocity, Spin Rate 등)가 보편화되겠지만, WAR, FIP, K/9과 같은 지표는 여전히 그 기초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지표들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투수의 현재 능력은 물론,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첫걸음입니다.